금융시장 혁신은 월스트리트에는 좋지만 고객들에게는 나쁘다
월가의 투자은행가들은 끝없이 새로운 증권을 만들어 고객에게 판다. 가끔 그런 증권이 발행자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월가의 수요, 그러니까 수수료 수입만 만들어낸다.
월가의 투자은행이나 기관투자자 같은 금융기관은 보통 금융시장 혁신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월가는 아무런 위험없이 수수료를 벌고 기관투자자는 혁신적인 증권을 새로 만들어서 투자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금융시장 혁신에서 첫 투자자들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더 많은 투자금이 모여들고 더 많은 증권이 발행되면서 운용수수료나 증권 발행 수수료 등이 증가한다. 월가의 투자은행과 기관투자자 모두 계속되는 금융시장 혁신에서 정해진 이익을 얻는 것이다. 새로 발행하는 증권의 발행인이나 매수인의 장기적인 이익은 그보다 훨씬 불확실하다.
1980년대 금융시장은 새로운 형태의 채무와 파생증권이 넘쳐흘렀다. 일부 예를 들어보면, 고정 이율이나 변동 이율 채권, 역경매, 무할인 채권, 현물지급 증권, 발행자나 제3자의 주식, 혹은 상품으로 전환가능한 전환 사채, 팔거나 사거나 만기를 조정하거나 더 연장할 수 있는 채권, 다른 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 외환이나 마켓 바스켓 통화로 표시된 채권 등이 있었다. 경매배당률 우선주와 무할인 정크본드 같은 일부 증권은 사고로 신뢰를 잃기도 했다. 게다가 과학 박람회 같은 곳에서 선보인 다른 많은 채권 상품 중에 최초 목표를 달성한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그런 혁신이 초기에 성공적이었으니 궁극적으로 장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매수인나 매도인 모두 단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거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런 혁신의 장기적 결과는 주의깊게 생각해보지 않는다. 새로운 증권을 발행할 때에는 새로운 상품처럼 부가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위험에 고수익이 가능하고 유동성도 크며 소유자나 발행자가 바로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나 더 유용한 기능이 있어서 이제까지 나온 그 어떤 증권보다 우월해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장점이 명확해 보일지 몰라도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금이 급한 발행인이나 탐욕에 빠진 투자자 모두 금융시장 혁신을 매번 모든 경제적 시나리오에 대입하여 결과를 평가해야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오늘 새롭고 더 좋아진듯 보이는 금융 상품이 내일이 되면 결함이나 논리적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
월가는 성공에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거래 하나가 성공하면 다른 거래도 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월가 사람들은 금융 혁신이나 유행하는 투자수단을 만들어 시장의 수요가 사실상 사라질 때까지 상품을 공급한다. 월가 기업의 이익 욕심이나 그들 간의 경쟁은 다른 생각을 못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월가의 투자상품이 한계에 다다르는 시기는 투자자들의 열광이 식는 시기와 일치한다. 한창 유행이 특정 섹터에서 성공은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된다. 즉 가격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며 결과도 그 생각대로 나오는 것이다. 매수자들은 가격을 올리면서 최초의 열의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가격이 고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하락 움직임도 자기 충족적이 된다. 매수자들은 매수를 멈추는데 그치지 않고 이제 증권을 매도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미 정점을 찍고 공급과잉이 된 시장을 더욱 악화시킨다.
IO 증권과 PO 증권: 모기지 증권시장의 혁신
1980년 중반 금융시장의 혁신 중에는 IO(interest only)와 PO(principal only) 증권이 있다. IO와 PO는 모기지(=주택저당증권, MBS, mortgage-backed security)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이자지급과 원금상환 등 두 가지 흐름으로 분리해서 만든 것이다.
기존의 모기지 금리와는 반대로 움직이는데 두 가지 이유때문에 그렇다. 첫 번째는 금리가 오르면 모기지의 가치도 이자가 붙는 모든 증권과 마찬가지로 떨어진다. 왜냐하면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현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금리가 오르면 상환을 유예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모기지 상환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분리된 IO와 PO 증권이 금리 변화에 따라 보이는 모습은 일반 모기지와는 크게 다르다.
IO 증권, 즉 이자지급증권은 모기지에서 분리된 것으로 금리변화에 기존 모기지와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그 이유는 금리가 오르면 IO 증권에 이자가 지급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는 지급횟수가 더 많이 남았을 때가 적게 남았을 때보다 현재가치가 크다. 대출이율이 다소 높더라도 그렇다. 이렇게 IO 증권이 기존 모기지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보험사에서 금리변화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IO 증권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반대로 PO 증권은 금리 변화에 대해 기존 모기지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만 변동성이 훨씬 더 크다. 따라서 금리 변동에 투기하는 금융상품에 적합하다.
월가에서는 이런 하이브리드 증권을 만들어 막대한 거래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의문점은 금융시장에 선보인 다른 혁신 상품과 마찬가지로 월가 이외에 이익을 본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거래 수수료나 딜러 수수료를 제하고 나서 말이다. 저축기관이나 보험회사 같은 매입자들은 새로 나온 증권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는 듯 베팅을 하고 있었다. 그런 기관들은 다른 시장 참가자보다 신규 증권을 더 잘 알아야하며, 특히 돈을 착취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월가 사람들보다는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저축기관이나 보험사들이 돈을 벌려면 매입한 증권에 유동성 높은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두 기관은 IO 증권과 PO 증권에 대한 시장이 최소한 전체 모기지 시장 규모가 되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크다고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그런데 IO 증권과 PO 증권이 유동적이지 않을뿐 아니라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차이가 적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증권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때 제공되지 않는다면? 금리가 요동칠때 이런 증권의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다면? 그러면 증권 보유자들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모기지를 두 가지 증권으로 나누는 것보다 다시 하나로 합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IO 증권을 가진 사람이 PO 증권을 가진 사람을 만나 증권을 하나로 합친다는 생각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모기지 증권을 IO와 PO로 나누는 것이 나누지 않았을 때보다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소한 둘 중 하나, 혹은 둘다 내재가치보다 낮게 거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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