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The Big Short)

2016. 4. 3. 19:51

빅쇼트 (The Big Short, 2015)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우리가 아는, 아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것을 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안다는 말이죠. 우리가 아는,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가 안다는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른다는 말입니다.'

- 도널드 럼즈펠드


주택담보부증권(MBS)이라는게 있다. 페니매나 프레디맥 같은 미국 국책주택담보금융업체나 다른 민간업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고 그 대출건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발행사는 담보대출자들에게 받은 이자를 채권을 산 사람들에게 다시 이자로 지불한다. 영화에서도 언급하지만 원래 MBS는 아이들이 15살 때 샀다가 서른쯤 됐을 때 팔면 100달러 정도 이익을 보는, 말그대로 '지루한' 투자수단이었다.


하지만 루이스 레이니어라는 사람이 여러 MBS를 묶어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는 걸 만든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MBS라는 이 지루한 투자수단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MBS의 수익률은 지루하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MBS와 낮은 MBS를 섞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등급 MBS와 B나 C등급 MBS를 섞어 CDO를 만든 다음,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 같은 신용평가기관을 꼬드겨 새로 만든 CDO에 A등급을 받게 되면 그 속에 섞여있는 B나 C등급 MBS가 A등급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C등급 채권을 싸게 사서 A등급으로 만들어 비싸게 파는 셈이니 대박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나? 결국 언젠가 탈이 나게 마련이다. 폭탄돌리기 끝에는 반드시 폭탄 맞는 사람이 생기는 법이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낮아져서 주택가격이 점차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MBS를 기반으로 하는 CDO가 날개 돋친듯 팔리고 수익률도 크게 올라간다. 그래서 투자적격등급인 프라임등급 MBS를 기반으로 하는 CDO는 한마디로 '완판'이 된다. 원래 그 아랫등급은 신용도가 낮아 그때까지만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돈맛을 본 월가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알트A, 심지어 그 밑의 서브프라임 등급의 MBS까지 CDO에 넣어 판매한다. 워렌 버핏이 말했던 '대량살상무기'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CDO를 팔면서 월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번다. 6~70년대만 해도 별볼일 없었던 금융업(그때만해도 브로커들은 먹고 살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했다)은 단숨에 황금알을 낳는 최고의 업종으로 부상한다.


문제는 주식이든 뭐든 계속 상승하기만 하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택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감지한 4인의 괴짜 투자자들이 나타났다. 약간 자폐성 천재에 비관주의자 등 아무튼 주류는 아닌 사람들이다. 사이언 투자사를 운영하는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 분)는 치밀한 분석끝에 CDO를 공매도하기로 마음먹는다. CDO를 구성하는 수천개의 MBS를 (정말! 말그대로!) 일일이 다 분석한 다음에 내린 결정이었다. (누가 수천개나 되는 걸 일일이 찾아본단 말인가!) 공매도 방법은 신용부도스왑(CDS)을 사는 것이다. CDS는 특정 금융사에서 발행한 CDO가 부도나면 배상받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미국최대의 보험사 AIG도 CDS를 발행하고 수수료를 챙겨 처음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지만 금융위기 후반에는 결국 파산하고 만다.)


버리가 골드만삭스를 찾아가 특정 CDO에 대한 CDS를 사겠다고 말하자 골드만삭스 직원들은 처음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가 이게 왠 떡이냐 싶어 바가지를 옴팡 씌워서 1억 달러어치나 팔아치웠다. 절대 망하지 않을 CDO에 대한 CDS를 팔아 매년 수백만 달러의 보험금을 받게 되었으니 땅짚고 헤엄치기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CDS를 사겠다는 놈은 미친놈이고 말이다. 버리는 다른 금융사도 찾아가 총 13억 달러 규모의 CDS를 산다. 그때가 2005년이었고 매년 CDS 보험금으로 내는 돈만 8~9천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보험금을 받게 되면 최대 10~20배를 벌 수 있는 투자가 되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재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분)도 냄새를 맡았다. CDS를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중개인의 소문을 들은 베넷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분석한 다음 확신을 갖고 CDS를 매수한다. 하지만 베팅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위험을 나눌 투자자를 찾았는데 모건스탠리 산하의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분)이 참여하게 된다. 그 외에 소규모 독립운용사인 '브라운필드'의 찰리 겔러(존 마가로 분)도 냄새를 맡고 전직 거물 금융인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 분)의 도움을 받아 CDS를 매수한다.


결과는 다들 알 것이다. 공매도한 사람들은 다들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말을 안해서 그렇지 영화를 보면 다들 투자가 성공할 때까지 2~3년간 정말 피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버리는 CDS를 산 다음 1년 넘게 투자수익이 -20% 넘게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고 소송까지 당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역시 투자할 때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확신이 있다면 뚝심을 갖고 버텨야 한다. 그많은 월가 사람들 중에서 대세와 반대로 생각한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걸 참고 버티다니 도대체 멘탈이 다들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주식으로 돈 벌기가 힘들지 ㅜ.ㅜ;)


그럼 2008년 금융위기로 전 세계에서 물거품처럼 날아간 5조달러라는 막대한 돈은 누구의 호주머니에 사라진 걸까? CDO를 만들어 팔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던 사람들? 답은 다들 알것이다. 대부분 힘없는 서민들이다. 세상에 이렇게 불공정한 게임이 어딨을까.


서브프라임 사태로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이라고 영화 끝에 나온다. 그리고 세상을 혼란에 몰어넣었던 CDO도 이름만 바꿔 여전히 판매중이라고 한다. 역시 세상은 힘이 있든지 돈이 있든지 둘 중 하나여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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